192 나 자신의 이야기 (전반부) 공업학교로 데려갔다. 거기서 존 테일러 교장을 만났다. 그는 점잖은 신사였다. 우리 둘은 칼리드 앞에서 대화를 나눴다. 테일러 선생이 셰이크 칼리드에게 말했다. “술탄 선생은 여기 두고 가셔도 됩니다. 그가 원할 때 집으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셰이크 칼리드가 그 자리를 떠난 후 테일러 선생이 말했다. “지금부터 스스로를 직원이라고 생각하세요. 근무는 다음 달 1 일부터 시작됩니다.” 나는 그 학교에서 영어와 수학 두 과목을 가르쳤다. 테일러 선생은 아침마다 내 교실에 들러 인사를 건네고 잠깐씩 서서 내 수업을 참관했다. 또 교안을 들춰 넘기면서 수업 내용들을 훑어보고 나갔다. 어느 날 교안을 뒤적이던 테일러 선생이 무언가를 보고 깜짝 놀랐다. 교안 일부가 찢어지고 무언가에 젖어 글씨가 지워졌기 때문이었다. 그가 내게 물었다. “이게 뭔가요?” “교실 밖으로 나가십시다.” 교실 밖에서 내가 말했다. “제가 집에서 문을 잠그느라 공책을 문 옆에 있는 의자에 두었습니다. 그때 염소가 공책을 입에 물고 요리조리 도망가더군요. 그러다가 제 주인집으로 갔어요. 문이 열려 있으니 집 안으로 들어가더군요. 저는 문간에 서서 집주인에게 ‘저 염소 좀 붙잡으세요’라고 소리쳤습니다. 여주인이 ‘무슨 일이에요?’ 라고 말하더군요. 염소는 집 안뜰 한가운데서 마치 저의 불행을 고소해하듯 고개를 흔들다가 교안을 씹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염소에게 달려들어 쓰러뜨린 후 턱을 세게 누르고 입을 벌려 제 공책을 빼앗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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